[편집자주] 연초까지만 해도 가상통화는 누군가에게 희망의 상징이었고 누군가에는 나라 망칠

image[편집자주] 연초까지만 해도 가상통화는 누군가에게 희망의 상징이었고 누군가에는 나라 망칠 버블이었다. 불과 반년만에 가상통화 가격은 반토막이 났고 사람들의 흥미도 옅어졌다. 하지만 관심이 떨어져 방치돼 있을뿐 시장에선 여전히 사건사고가 계속됐다. 정부는 G20 회의를 지켜보자며 기다려 왔다. 오는 21일 G20 회의를 앞두고 반년의 시장을 돌아보고 남은 과제들을 짚어봤다.

한때 전세계를 흥분시켰던 가상통화 시장은 올 1월을 기점으로 완전히 분위기가 달라졌다. 한국에서 거래실명제가 시행된 시점이다. 실명확인된 은행 계좌로만 투자할 수 있도록 한 거래실명제는 가상통화 시장으로 몰리던 돈의 흐름을 통제했다.

실명확인 계좌를 개설하지 않은 투자자는 출금만 가능하고 입금이 불가능해지면서 자연히 가상통화 시장의 유동성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가상통화 시장의 열기가 한국의 규제만으로 꺾인 것은 아니다. 때마침 터진 일본 최대 가상통화 거래사이트인 코인체크 해킹사고와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가상통화 ‘테더’ 조사 등이 가상통화 자체와 거래사이트에 대한 신뢰를 끌어내린 것도 영향을 줬다.
이후 전세계 가상통화 시가총액은 3분의 1로 쪼그라들었고 난립하던 국내 가상통화 거래사이트(취급업소)는 은행에 실명확인 계좌 개설이 가능한 빅4 위주로 재편됐다.

블록체인 기술 자체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나타나며 가상통화는 ‘통화’라는 이름을 내주고 ‘자산’으로 불리고 있다.
◇반년새 달라진 시장 풍경 = 글로벌 가상통화 정보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전세계 1600여종의 가상통화 시가총액은 지난 1월 8일 8138억7100만달러(약 919조원)로 최고점을 기록했다. 당시 하루 거래금액만 440억6050만달러(약 50조원)에 달했다. 이날 가상통화의 대장주인 비트코인 가격은 1만5909달러(약 1796만원)로 하루 동안 약 18조원이 거래됐다.

이후 반년이 지난 18일 오후 1시 기준 가상통화 시가총액은 2980억7800만달러(약 336조원)로 최고점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하루 거래량도 절반이 안 되는 194억7430만달러(약 22조원)로 위축됐다. 비트코인은 가격은 7426달러(약 838만원)로 절반 이상 하락했다.
국내 가상통화 시장에도 변화가 일었다.

200만~300만명에 달한다던 가상통화 투자자는 현재 실제 거래 기준으로 100만~120만 정도로 추정된다. 실명확인 계좌를 개설 기준으론 60만명 정도다. 투자자 절반 이상이 시장을 떠났다는 의미다. 가상통화 거래사이트는 130여개 정도로 추정되지만 실제 영업하고 있는 곳은 30여개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 등 소위 ‘빅4’가 95% 정도를 장악하고 있어 나머지 거래사이트들의 비중은 미미하다.
◇‘통화’ 아닌 ‘자산’..공식명칭서 ‘통화’ 빠져 = 가상통화의 명칭은 가상통화, 가상화폐, 암호화폐, 암호자산 등 여전히 혼용돼 사용된다. 아직 한국 정부의 공식 용어는 ‘가상통화’다.
하지만 국제적으로 가상통화는 ‘통화’(Currencies)라는 이름을 잃어가는 추세다. FATF(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는 지난달말 총회에서 “적절한 하나의 용어가 결정될 때까지는 ‘가상통화(Virtual Currencies)/암호자산(Crypto-Assets)’을 병기하기로 결정했다.
FSB(금융안정위원회)는 아예 연초부터 가상통화 대신 ‘암호자산’이란 용어를 쓰고 있다. G20(주요20개국)에서도 마찬가지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상통화를 일부 지급수단으로 쓸 수 있지만 통화나 화폐로 보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 세상을 바꿀 것처럼 기대를 모았던 블록체인 기술과 가상통화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근본적으로 블록체인이 지향하는 ‘탈중앙’이 경제성 측면에서 의미가 있느냐는 지적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지난달 17일 발행한 연차보고서에서 “거래 급증에 따른 분산원장 규모의 증가는 각 전산기기의 저장 용량을 초과하게 되고 이는 서버부터 개인 스마트폰까지 모든 영역을 압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분산원장이란 기술 자체가 과도한 데이터량을 필요로 해 처리속도가 늦어지고 이에 따라 거래지연 등이 발생해 불편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비자카드의 경우 초당 3526건의 거래를 처리하지만 비트코인은 초당 3.30건에 불과하다.
금융 플랫폼 ‘토스’를 운영하고 있는 비바리퍼블리카의 이승건 대표는 “토스의 송금거래를 블록체인으로 모두 대체할 경우 한국의 모든 서버가 필요할 정도로 엄청난 저장용량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스는 국내 송금시장의 7%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블록체인 기술을 반대하는 세력의 주장일 뿐이라는 반박도 많다.

인터넷도 처음 나왔을 때는 느리고 불편했지만 결국 세상을 바꾼 것처럼 블록체인도 기술 발전으로 문제점을 극복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김종현 아주대 사이버보안학과 교수는 “중앙시스템의 보안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위·변조를 방지하는 보안기술로서 블록체인의 일부 불편함은 감수해야 한다”며 ”특히 블록체인 기술은 이제 막 발전단계인데 앞으로도 계속 비효율적일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김진형 기자 jh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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