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숙함과 이질감 사이, 60~70년대 일본 풍경

한겨레 부산고은사진미술관 ‘일본 현대사진 원류’ 기획전 다섯대가들 1950년대 이후 군국주의 도구서 벗어나 일 현대사진 독자계보 꾸린 도마쓰·쓰치다·기타이·아라키·이시우치 기묘한 느낌 소재는 다 달라도 대상에 대한 집착 담아 피사체에 미치도록 몰입 않고선 나올 수 없는 강렬한 지독함 삼나무 울창한 일본의 깊은 산속. 나무 아래 그늘진 풀밭에 얼큰히 취한 중년 남녀들이 몸을 틀거나 일어서서 수작을 주고받는다. 마을 남녀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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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한겨레] [부산고은사진미술관 ‘일본 현대사진 원류’ 기획전]
다섯대가들
1950년대 이후 군국주의 도구서 벗어나
일 현대사진 독자계보 꾸린
도마쓰·쓰치다·기타이·아라키·이시우치
기묘한 느낌
소재는 다 달라도 대상에 대한 집착 담아
피사체에 미치도록 몰입 않고선
나올 수 없는 강렬한 지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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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나무 울창한 일본의 깊은 산속. 나무 아래 그늘진 풀밭에 얼큰히 취한 중년 남녀들이 몸을 틀거나 일어서서 수작을 주고받는다. 마을 남녀들이 야유회를 온 것일까. 얼근하게 흥이 오른 그들의 기분이 얼굴과 몸의 움직임으로 확 느껴져 온다.
일본 사진가 쓰치다 히로미가 70년대초 찍은 ‘속신(俗神)’연작은 인상파 대가 마네의 명작 <풀밭 위의 식사> 같은 광경이, 빨려들어갈 듯한 구도로 펼쳐진다. 인간 군상들의 느슨한 유흥 순간을 포착한 사진인데, 그들과 숲, 나무들 사이에서 미묘한 긴장감이 배어나와 화면 전체를 감돈다.
부산 해운대 고운사진미술관에서 지난달부터 열리고 있는 기획전 ‘일본 현대사진의 원류’는 쓰치다의 작품이 보여주듯 ‘지독한’ 사진들로 꾸려졌다. 50년대 이후 일본 현대사진의 계보를 형성한 다섯 대가 도마쓰 쇼메이, 쓰치다 히로미, 기타이 가즈오, 이시우치 미야코, 아라키 노부요시의 1960~70년대 작품 112점이 나왔다.

대부분 찍으려는 피사체에 극단적으로 몰입하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작품들이란 점이 도드라진다.
20여년간 성행위를 포함한 부인과의 결혼 생활을 일기처럼 기록한 아라키, 요코하마의 낡은 아파트 구석구석을 현미경 보듯 훑어 남긴 이시우치, 신공항 건설 반대에 나선 농민들의 투쟁 공간 속에 녹아들어간 기타이의 연작 등은 소재는 달라도, 대상에 대한 독특한 집착을 담고 있다는 측면에서 공통적 요소를 갖는다. 이들의 탐구 방식은 두가지 상반되는 갈래로 나타난다. 현대사진이 지닌 표현성과 주관적 시선을 극한까지 탐구하거나, 냉혹한 다큐적 구도 아래 인간의 감성을 깔고 군상 속에 몰입하는 양상으로 나타난다.

들머리에서 만나게 되는 도마쓰 쇼메이는 출품작가 중 최고 선배격이다. 그는 전후 일본 군국주의의 선전도구로 전락했던 사진 장르의 새 지평을 찾기 위해 50년대 이후 주관적인 표현매체로서 사진의 정체성을 확장시키며 일본 사진사의 새 돌파구를 열었다. 전시장에 나온 ‘태양의 연필’ 연작은 이런 흐름을 담은 대표작이라고 할 만한 작품이다.

이갑철 작가의 ‘충돌과 반동’ 연작에서 보이는 불온하고 신들린 컷들을 연상시키는 오키나와 사람들의 역동적인 삶과 풍속들이 눈길을 붙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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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키 노부요시는 1971년 결혼한 뒤로 촬영한 부인 요코와의 사생활 장면들, 요코의 투병과 죽음, 장례식 풍경 등을 ‘센티멘털한 여행’ ‘겨울의 여행’ 연작으로 내걸었다. 장례식장에 문상온 차들과 잔치 같은 상가의 모습, 부인을 떠나보내고 음울함에 젖어 지하철을 타고가는 작가의 모습 등에서 죽음에 대한 아라키만의 복잡한 정감을 읽어낼 수 있다.
쓰치다는 70년대 <속신>연작을 찍을 당시 민속학적인 시선을 깔고 일본인들의 풍속과 전통의식이 고도성장기의 시대 상황 속에서 어떤 식으로 발현됐는지를 파들어간다. 성소인 후지산과 각 지역의 신궁, 각종 축제와 공연의 여흥 등에서 전통적인 삶의 단면들이 현대성과 부딪히며 드러내는 풍속적 특징을 절묘하게 잡아냈다. 나리타 공항 건설을 막기 위한 지바현 ‘산리즈카’ 농민들의 투쟁과 삶을 직시한 기타이의 작품들은 강정마을, 매향리, 밀양 송전탑 등의 투쟁 현장 등을 찍은 숱한 국내 다큐사진 작업들과 겹쳐지면서 울림을 주기도 한다.

벽의 퀴퀴한 냄새와 거친 질감이 느껴질 법한 여성사진 대가 이시우치의 아파트와 주민들의 추레한 이미지는 그만의 시각적 관찰과 분석이 이뤄낸 성과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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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퀴 출품작들을 훑고나면 친숙함과 이질감이 같이 느껴진다. 이들의 작업 흐름이 70년대 이래로 국내 사진가들의 다큐와 장르사진 작업에 보이지 않게 상당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일본 현대사진사를 다룬 전시가 국내에 사실상 전무했던 사정을 감안하면, 이번 기획전은 때늦었지만, 값진 시도를 벌였다고 평가할 만하다.

일본 기획자 스가누마 히로시와 박진영 사진가가 함께 만든 이번 전시는 도쿄도사진미술관, 가와사키시민미술관에서 작품을 대여해왔다. 8월29일까지. 051)746-0055. 부산/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고은사진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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