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주부들이 상담사로 … 15개국 언어 오가는 소통 창구

다문화 주부들이 상담사로 … 15개국 언어 오가는 소통 창구 중앙일보 입력 2018.05.29 00:35 지난 3월 중순 천안시 오룡동에 있는 충남외국인주민통합지원콜센터(충남외국인콜센터)에 한 남성이 찾아왔다. 한국말이 서툰 캄보디아 출신의 외국인 근로자 A씨(30)였다. 천안시 성환읍의 한 편의점 앞에서 택시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한 그는 상담사인 유현아(38·여)씨에게 사고 정황을 캄보디아 말로 설명했다. 당시 넘어진 A씨가 어눌한 한국말로 “괜찮아요”라고 하자 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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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주부들이 상담사로 … 15개국 언어 오가는 소통 창구 [중앙일보] 입력 2018.05.29 00:35 지난 3월 중순 천안시 오룡동에 있는 충남외국인주민통합지원콜센터(충남외국인콜센터)에 한 남성이 찾아왔다. 한국말이 서툰 캄보디아 출신의 외국인 근로자 A씨(30)였다. 천안시 성환읍의 한 편의점 앞에서 택시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한 그는 상담사인 유현아(38·여)씨에게 사고 정황을 캄보디아 말로 설명했다. 당시 넘어진 A씨가 어눌한 한국말로 “괜찮아요”라고 하자 택시 운전사는 그가 외국인이라는 것을 알고 병원 이송 등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그대로 달아났다.

다음 날부터 A씨는 어지러움과 구토 증세가 나타났다. 교통사고 후유증이었다.

A씨와 상담을 마친 유씨는 곧바로 경찰에 협조를 요청했다. 조사를 통해 뺑소니 택시 운전기사가 잡혔고 A씨는 치료와 보상을 받았다. 캄보디아 출신 결혼이주여성인 유씨의 도움으로 가능한 일이었다. 유씨의 본명은 촘스레마오. 결혼 후 한국 이름으로 바꿨다. 지난 21일 천안에 있는 충남외국인주민통합지원콜센터에서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인 이다겸 상담사가 자국 출신 근로자의 민원을 듣고 있다. [신진호 기자]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주민은 176만500여 명(2016년 11월 기준)이다. 결혼이주여성과 외국인 근로자, 유학생 등이다.

외국인 근로자나 결혼이주여성 가운데는 한국말이 말이 서툴러 사고를 당하거나 민원이 발생했을 때 A씨처럼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상당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을 연 곳이 외국인주민지원콜센터다. 언어소통(통역)을 비롯해 생활 고충과 노무, 출입국·체류, 금융상담 등을 지원한다. 전국에서 충남(천안)과 서울, 부산 등에서 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5월 문을 연 충남콜센터는 개소 이후 11개월간 2만786건의 전화·방문 상담을 처리했다.

충남은 전국 콜센터 가운데 가장 많은 15개 언어, 서울과 부산은 각각 10개·7개 언어로 상담을 지원한다. 지난 21일 오후 2시 충남외국인콜센터를 찾았을 때는 중국과 캄보디아, 베트남 출신 근로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었다. “니 하오”(중국) “신 짜오”(베트남) “싸왔디 크랍”(태국). 각 나라의 인사말이 자연스럽게 오갔다.

충남외국인콜선터에서 근무하는 상담 직원은 24명이다. 대부분 결혼이주여성으로 모국어는 물론이고 한국어도 유창하게 구사한다. 고용노동부나 산업인력공단 등 정부기관에서 10년 넘게 일한 직원도 절반이 넘고 한국어능력(4급) 자격증 소지자도 있다. 중국어 상담을 맡은 양앤(39·여)씨는 “여러 기관을 통하느라 상담 1건을 처리하는 데 1시간이 넘게 걸리기도 하지만 같은 나라 출신 근로자를 돕는다는 생각에 힘든 줄 모르고 일한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출신 근로자 B씨(35)도 충남콜센터 도움을 받아 처벌 위기에서 벗어났다. B씨는 지난해 7월 외국인등록증을 친구에게 빌려줬다가 낭패를 당했다. 친구가 외국인등록증을 이용해 차량 18대를 구입, 대포차로 팔아넘기면서다.

이 차들이 신호와 속도·주차위반 등 65건의 위반행위를 해 과태료·벌금이 600만원 넘게 나왔다. 이런 일을 까맣게 몰랐던 B씨는 몇달 뒤 출국했다가 재입국하던 중 공항에서 체포됐다. 민원을 접수한 인도네시아 출신 상담사 스리하자티(49·여)는 B씨와 함께 경찰·검찰 등 관계기관에 다니며 상황을 설명해 그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콜센터에서 이뤄지는 상담 가운데 가장 많은 게 임금체불이라고 한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데다 근로기준법 등에 취약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근로자가 많아서다. 최근에는 네팔 출신 외국인들의 상담이 부쩍 늘었다. 콜센터를 찾은 지난 21일(오후 2시 기준)에도 네팔 언어 상담이 29건으로 베트남(22건), 캄보디아(20건)보다 많았다. 황세경 충남외국인콜센터 운영총괄팀장은 “상담뿐만 아니라 외국인 지원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보다 전문적인 상담을 위해 출입국관리소와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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